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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11.08.17 01:26 / 수정 2011.08.17 01:30

골퍼들의 로망 ‘비거리’ 한국 선수들 PGA·LPGA서 거리 때문에 고생한다는데

14일(미국 현지시간) 끝난 올해 마지막 골프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의 전장은 7467야드였다. 파(par) 70인데도 과거 파 72짜리 코스와 맞먹는 긴 거리로 선수들을 괴롭혔다. 파 3인 15번 홀은 265야드나 됐다. 이곳에서 우승 트로피 워너메이커(Wannamaker)를 들어올린 선수는 키건 브래들리. 그는 대회 내내 300야드가 넘는 폭발적인 장타(長打)를 뿜어내며 정상에 우뚝 섰다. LPGA 투어도 거리가 늘긴 마찬가지다. 올 들어 대회 코스 전장이 평균 200야드 정도 길어졌다. 이 때문에 샷 거리가 길지 않은 한국 선수들이 고전하고 있다. 올해 한국 선수들이 유독 부진한 이유도 거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영원한 로망인 장타의 비결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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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은 땅에서 시작된다. 강펀치를 날리는 복서의 힘은 발끝에서 다리를 거쳐 몸통 → 팔 → 손으로 옮아가 상대를 가격한다. 골퍼의 스윙도 마찬가지다. 미국 장타 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고 드라이버로 400야드 이상을 날리는 제이슨 주벡도 자신의 힘이 다리에서 몸통, 팔을 거쳐 클럽으로 전달된다고 털어놓았다. 전성기 최고의 장타를 친 잭 니클라우스도 “힘은 땅에서 올라오는 것”이라면서 “타이거 우즈는 드라이브샷을 할 때 땅이 아니라 상체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땅에서 올라오는 힘이라는 개념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기계가 있다. 몸 수십 곳에 센서(sensor)를 달아 움직임을 측정하는 ‘3차원 입체 동작 분석기’다. 타이틀리스트의 연구소인 TPI(Titleist Performance Institute)가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계가 분석한 ‘운동 순열 그래프(kinematic sequence graph)’는 하체를 시작으로 몸통 → 팔 → 클럽 순서로 회전의 속도가 최고점에 오르는 것을 보여준다. 효율적인 스윙을 하는 선수의 그래프는 거의 흡사하다. 완벽한 스윙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어니 엘스와 “나무에서 낙지가 떨어지는 것처럼 해괴한 스윙”이라는 놀림을 받는 짐 퓨릭의 스윙이 똑같은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들의 스윙 그래프를 보면 신체 각 부분과 클럽의 움직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다음 동작에 증폭된 힘을 전달해주면서 운동 속도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역 선수 중 가장 효율적인 스윙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올해 US오픈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의 연속 동작.

 실력이 좋지 않은 일반 골퍼들의 순서는 이와 다른 경우가 많다. 상체와 팔이 먼저 최고점에 다다른 후 하체 속도가 최고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힘이 땅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팔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효율적으로 힘이 전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엎어치는 스윙’이 나와 심한 슬라이스와 훅이 발생한다.

 또 하나 정상급 골퍼들의 그래프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감속(減速)’이다. 각 부위의 회전이 최고점에 이른 후 속도가 급격히 줄어든다. 지난 8년간 골프 스윙을 연구한 TPI의 공동 창립자이자 의학박사인 그레그 로즈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감속이 파워의 열쇠”라면서 “속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이 파워를 다음 단계로 효율적으로 전달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속도가 줄어야 다음 부분의 속도가 더 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로즈 박사는 채찍을 휘두를 때 손의 속도가 줄어야 채찍 끝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예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마이크 타이슨도 주먹과 함께 회전하는 몸통의 속도를 줄임으로써 핵주먹을 날릴 수 있었다. 그래서 장타를 치는 선수일수록 각 부분의 운동 속도 그래프가 급격한 감속으로 가파른 기울기를 보여주고 있다.

 장타를 치는 선수들이 하는 전환동작(transition)도 운동 순열 그래프에 나타난다. 전환동작이란 상체는 백스윙(backswing)을 하고 있는데 하체는 백스윙을 끝내고 다운스윙(downswing)을 하고 있는 동작을 말한다. 전환동작을 하면 몸의 꼬임이 더 커지면서, 고무밴드 역할을 하는 근육이 훨씬 더 늘어나고 그 수축력으로 강한 스피드를 낼 수 있다. 그래프에서 양(+)으로 올라간 것은 목표 쪽으로 회전하는 것이고, 음(-)에 있는 것은 백스윙을 하고 있는 것이다. A부분(위 그래픽 참조)에서 팔은 백스윙을 하고 있는데 하체는 포워드 스윙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전환동작이다. 두 부분의 공간의 합이 에너지 크기다.

 검사 결과 한국 프로선수들의 운동 순열은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느 정상급 선수들처럼 하체 → 상체 → 팔 → 클럽 순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래프 곡선의 높이가 외국 정상급 선수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운스윙에서 회전 속도가 느리다는 의미다.

 또한 파워의 열쇠가 되는 감속 기울기도 완만하다. 전환동작의 폭과 크기도 작다. 로즈 박사는 “어린 시절 격렬한 운동을 통해 스피드와 힘을 길러야 하는데 대부분 골프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스피드를 내는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호준 기자
Posted by 프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