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Information2011. 6. 12. 23:53

[중앙일보]입력 2011.06.10 00:05 / 수정 2011.06.10 00:05


[일러스트=강일구]

골프를 한다면서 퍼팅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퍼팅 연습을 매일 꾸준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통계적으로 퍼팅은 골프에 있어서 40% 내외를 차지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스코어에 미치는 영향이나 중요도로 보자면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연습을 소홀히 할까. 게다가 되도록이면 퍼팅을 안 해도 되는 골프를 끊임없이 꿈꾸는 걸까.

연습이 재미없어 그럴지도 모른다. 효과적으로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그럴 수도 있다. 어떤 이는 퍼팅 연습을 한다고 해도 금방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나는 마음골프학교를 운영하면서 ‘군용 담요 퍼팅 게임’이라는 걸 개발(?)해 학생들이 집에서 연습하도록 제안한 적이 있다. 군용 담요를 구겨놓은 뒤 그 위에서 퍼팅 연습을 하는 것이다. 퍼팅 거리감을 익히기엔 군용 담요만큼 좋은 게 없다. 더구나 담요를 구겨놓으면 자연스럽게 라인이 생겨난다. 군용 담요 퍼팅 게임을 개발하기 전에는 실내 연습장에다 9홀 게임을 할 수 있는 퍼팅 게임장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이런 방법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꽤 효과가 있었다. 모두들 즐기면서 퍼팅 연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퍼팅으로 빙고 게임을 하는 ‘핑고’라는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당구대처럼 퍼팅대를 만든 뒤 그 안에서 당구처럼 퍼팅 게임을 하는 것도 공을 들여 연구했었다. ‘핑고’가 잘 안 팔려 퍼팅 당구대는 출시도 못했지만 그 모두가 어떻게 하면 재미없는 연습을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동안 퍼팅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시도였다.

마음골프학교에서는 퍼팅이라는 공부 과목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수능 시험의 국어 과목에 비유한다. 국어는 안 배워도 할 수 있지만 잘하려면 녹록지 않은 과목이다. 퍼팅도 꼭 그렇지 않은가. 초보자들은 자신들에게 별 의미도 없는 퍼팅의 자세나 원칙들에 얽매여 배우지 않고도 잘할 수 있는 일을 망치고 있고, 상급자는 엄청나게 노력을 해야 조금씩 발전해갈 영역을 그날 그날의 운에 맡기고 있다.
 
인터넷이나 방송에서 난무하고 있는 퍼팅의 각종 팁들은 3m 이내의 퍼팅을 10개 중 9개 정도 성공시키고 있는 사람이 10개 모두를 성공시키고자 할 때 필요한 형식적인 제안이라 이해해도 무방하다.

퍼팅의 방향성이 좋지 않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공을 보지 말고 홀을 보고 퍼팅을 해보라고 하면 본인도 놀랄 만큼 금방 방향성이 좋아진다. 퍼팅의 거리감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는 눈을 감고 온몸의 느낌으로 거리를 조절해 보라고 하면 그 또한 효과가 즉각적이다. 너무나도 많은 형식적인 제한들이 몸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감각을 저해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퍼팅은 기본기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퍼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특출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자세로, 즐기면서 퍼팅 연습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퍼팅 레슨을 하면서 백스윙과 정확한 임팩트 운운하는 것을 보면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이제까지 여러 사람의 다양한 노력이 실패했다고 하더라고 골프 인구 3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이즈음, 게임을 즐기는 동안 저절로 실력이 향상되는 ‘퍼팅 게임장’이나 ‘게임바’ 같은 것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마음골프학교(www.maumgolf.com)에서 김헌
Posted by 프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