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革新2012. 3. 23. 09:41
민화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작품 활동의 원동력
2011년 12월 12일 (월) 13:57:14 취재_이진의 기자 top@sisamagazine.co.kr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 해도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이게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성이 없다면 한국적인 특수성만을 띤 콘텐츠는 세계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많은 예술가와 콘텐츠 관련 인사들은 과연 어떤 한국적인 콘텐츠에 세계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보편성을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여기 가장 한국적인 그림, 민화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부부작가가 있다.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자긍심으로 민화의 캐릭터 활용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그들의 활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민화 자체가 우리 민족이고 삶이다”

차재성 작가와 김선정 작가는 민화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부부작가이다. 차 작가는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한 후 모자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종사해 왔다. 차 작가는 “일을 하다보니 매너리즘이 찾아왔고, 세계가 주목할 만한 캐릭터를 고민하던 중 전통 민화를 접하게 되었다”며 “전통 민화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한 결과 민화를 응용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민화에 몰두하게 된 차 작가는 부인 김 작가에게도 상업미술이 아닌 전통 민화를 권유했고 지금까지 부부는 민화에 몰입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차 작가는 “내가 이윤창출에만 눈이 어두웠다면 부인인 김 작가를 어려운 민화의 길로 인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자긍심 속에 우리 것을 정성스럽게 살려 활용 가치를 극대화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화를 접한 것은 꽤 오래전 일이지만 근본적인 계기는 우리나라다운 캐릭터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모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생각하던 중,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는 전통 민화밖에 없다는 스스로의 답을 얻은 차 작가. 김 작가 또한 “오래전부터 민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남편의 권유로 3년 전 처음 민화를 접하게 되었다”며 “민화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버렸고 그날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민화를 그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차 작가는 민화의 매력에 대해 “민화 그 자체가 우리 민족이고 삶이다”며 “보면 볼수록 편안하고 친근하며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그린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자유로운 영혼을 풀어헤친 대한민국 사람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살풀이 같은 그림이다”고 밝혔다.

가장 한국적인 특색의 민화 모자, 외국인에게도 큰 호응

차 작가는 ‘민화’라는 우리 민족만의 특수성을 띤 미술을 ‘모자’라는 보편적 사물에 접목시켜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모자회사에서 자수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미국의 모자를 많이 접하고 디자인을 하다 보니 애국적 오기가 생겨 왜 우리나라 캐릭터로는 세계적 상품이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캐릭터 개발을 하면서 무언가 아쉽고 부족한 느낌을 가지고 있던 중 멸종된 한국 호랑이 이야기를 보다가 전통 민화의 호랑이 얼굴이 떠올랐다고 한다. 차 작가는 “이거다! 살리자! 그림으로라도 금수강산에 호랑이들을 뛰어놀게 하자”라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화는 한지에 그림을 그린다. 모자는 원단에 수를 놓는다. 전통 민화를 그대로 옮겨 모자에 수를 놓을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는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차 작가는 민화의 그림 풍을 살리되 현대적 캐릭터로 다듬어서 다시 그려내고 있다. 기계에서 대량생산하듯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자수로 정성껏 모자에 민화캐릭터를 입히고 있다. 차 작가의 민화 모자는 장인정신으로 제작되고 있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은 모자 하나하나에 낙관까지 들어가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모자인가? 차 작가 본인이 모자 자수디자이너 출신이기도 하지만 깊은 뜻이 있었다. “모자는 안 쓰면 그만이지만, 모자를 쓸 경우 사람들의 시선은 머리, 즉 모자부터 본다. 머리에 깔끔하지 않은 색채가 올라가 있다면 본인 스스로가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며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많이 작용하는 곳이 머리, 얼굴이다”고 말했다. 모자는 보편성을 띤 물건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모자를 통해 우리의 특수성을 띤 민화를 접목한 모자작품은 외국인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민화는 가정의 안녕과 건강, 화목, 풍요, 성공 등을 비는 민속신앙적인 면이 있다. 민화 모자의 제작의미와 작가적인 철학을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눈으로 보고 느끼는 그 순간만으로도 훌륭한 모자라는 것은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외국인이라도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한 영국 여성은 자수 모자를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겠다고 말했다.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하고 보자는 식의 제품이 판치고 더군다나 Made in Korea는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서 한국적 미를 띤 모자작품이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다.

“민화 모자를 하나의 한국적인 브랜드로 만들겠다”

차 작가는 올해 다섯 번의 모자전시를 성공리에 마쳤다. 차 작가는 “사람들의 모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많이 바꿔놓은 것 같다”며 전시회의 성과를 밝히며 “모자를 써보신 분들이 남녀노소 없이 어울리며 맘에 들어 하는 모습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차 작가의 모자작품이 국내외적으로 점차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되기까지 부인 김 작가의 공로가 작지 않다. 차 작가는 “항상 나를 믿고 응원하는 부인이 있어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동반자의 입장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부부작가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김 작가는 단순히 민화를 그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지를 이용한 다양한 표현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한지의 표현기법은 한지의 종류만큼 다양해 김 작가의 작품세계에 기본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김 작가의 이러한 작품들은 작년과 올해 영월조선민화박물관  전국 민화 공모전에서 2회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편은 민화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모자에 자수로 표현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모자작가로서, 부인은 민화와 한지를 접목한 작품 활동으로 각자 한국적인 것을 새로운 한국적 콘텐츠로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격려하며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차 작가는 “지금 도전하고 있는 것은 15년 전에 구상한 것이고 현재의 모자들을 기획, 디자인하여 샘플을 만드는 데만 만3년이 걸렸다”며 “아직 해야 할 일의 100분의 1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랜드는 1~2년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차 작가는 민화사랑과 자부심 하나로 민화 모자를 하나의 한국적인 브랜드화 하여 한국의 혼이 담긴 캐릭터로 만들고자 하는 길고 긴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의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는 차재성, 김선정 부부 작가의 노력을 통해, 이야기가 있는 한국적인 명품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프로처럼